중국 샤오미가 회사 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임원을 해고해 화제다. 해고된 임원은 레이쥔(雷军) 회장 다음으로 샤오미를 대표하는 인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데, 소셜미디어(SNS)에서 종종 정보를 흘리던 그의 '일탈'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게 가장 민감한 보안 위반으로까지 이어지자 샤오미는 인지도 높은 임원을 해고하는 이례적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샤오미그룹 윤리위원회는 지난 8일 내부 이메일을 통해 중국지역 마케팅을 총괄해 온 왕텅(王腾)을 기밀 유출 및 이해충돌 등 '심각한' 규율 위반 행위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샤오미 스마트폰·전자기기 브랜드인 '레드미(REDMI)'의 브랜드도 총괄하고 있는 왕텅은 중국 스마트폰·전자기기 제조업체 오포(OPPO)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초고속 승진' 등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을 끈 업계 베테랑이다. 현지 SNS인 웨이보(微博) 팔로워는 182만명에 달한다. 대중과 SNS 소통이 활발해 레이쥔 회장과 함께 샤오미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8일 그의 해고 사실이 알려지자 웨이보 등에는 왕텅의 이름이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이에 왕텅은 같은 날 밤 웨이보에 "과거에 몇 가지 잘못을 저질렀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들이겠다. 레이쥔 회장과 회사 여러 지도자들께서 수년간 저를 키워주시고 신임해주신 점 감사드린다. 회사를 떠나는 것이 무척 아쉽다"며 사과 글을 게재했다.
이런 가운데 왕텅의 구체적인 규율 위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각종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샤오미 자동차 가격 전략, 원가 등 핵심 데이터를 외부 기관에 제공하고 187만위안(약 3억6416만원)의 자문료를 수수했다는 주장, 회사 기밀인 신제품을 빼내 유료로 IT 블로거들에게 제공해 사용해보게 했다는 의혹 등이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차이징 등에 따르면, 샤오미 내부 조사 결과 왕텅은 이달 1일 회사 기밀 구역인 실험실에 출입했으며, '미등록 정전기 방지 봉투'를 들고 나와 한 IT 전문매체 편집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내부 이메일에는 이 행위가 이해충돌에도 해당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랑차이징은 "이는 언론사 또는 경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텅은 지난 9일 "회사 기밀을 팔지도 않았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 다만 직무 태만은 있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행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샤오미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왕텅은 과거에도 기밀 유출로 여러 차례 경고 또는 벌금 조치를 받았다. 레이쥔 회장이 지난 2014년 8월 직접 "샤오미 보안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다만 우리 '텅 총(왕텅 총괄)'은 자주 유출해서 벌금을 맞는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2024년 10월 스마트폰 제품인 '샤오미 15' 시리즈 출시 전날 제품 매니저가 그에게 '언행 조심(谨言慎行)'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선물한 일화도 유명하다.
다만, 샤오미가 임원급 핵심 관리자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린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샤오미는 과거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 내부 경고, 강등, 벌금 등 조치를 내려 왔기 때문이다. 중국 테크 매체 36kr은 "샤오미는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전기차 등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례적인 해고 사태는 샤오미가 보안과 규정 준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