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사퇴 하루 만에 세바스티앵 르코르뉘(39) 국방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바이루 정부가 전날 의회의 불신임으로 붕괴한 데 따른 조치다.
엘리제궁은 9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신임 총리에게 국회 정치 세력과 협의해 국가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필수적인 합의를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며 "국민을 위한 봉사와 정치적·제도적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과거 보수 공화당(LR) 소속이었으나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집권 이후 집권당 르네상스로 합류했다. 2022년부터 국방장관을 맡아 3년 넘게 직을 지내며 마크롱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다. 지난해 미셸 바르니에 정부가 불신임으로 무너졌을 때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신뢰에 감사한다. 국민의 기대와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며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마크롱 대통령이 또다시 핵심 측근을 총리에 기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대통령이 소수 충성파와 벙커에 틀어박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며 의회 해산을 요구했다.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이 비극적 희극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뿐"이라고 비난했다.
LFI·녹색당·공산당 의원들은 이날 하원에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이 점점 더 측근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프랑스 국민을 무시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온건 좌파 성향의 사회당 역시 성명을 통해 "국가 제도적 마비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이라며 "위기와 불신, 불안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좌파 정당들은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의회 최대 세력이 된 만큼 좌파 인사를 총리로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