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아동 성범죄자로 기소된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공개되면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측은 편지의 존재와 서명이 자신과 무관하다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엡스타인의 전 동료 기슬레인 맥스웰이 편집한 '생일 책'에서 발췌한 편지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엡스타인 유족이 의회 소환장에 응해 제출한 문서 중 하나다. 편지에는 여성의 몸통 윤곽선 위에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대화 형식 문구가 담겨 있고, 하단에는 트럼프의 서명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이를 트럼프의 자필 메시지로 규정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과 부비서실장 테일러 부도위치는 편지와 서명이 조작임을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편지를 작성하지도, 서명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부도위치는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가 공식 문서에 사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체 서명과, 개인적 편지에 주로 쓰는 이름만 쓴 서명의 차이를 강조하며 이번 편지의 서명이 트럼프의 최근 서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트럼프의 서명 변천사를 분석한 결과 편지 속 서명이 과거 트럼프가 개인적 편지에 남긴 서명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1987년부터 2001년 사이 트럼프가 뉴욕시 관계자에게 보낸 서명 사례를 조사해 '도널드'만 쓴 서명 특징을 공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재판을 앞두고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식적으로는 자살로 발표됐으나 각종 의문점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과거 친분을 유지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관계가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한때 관련 자료 공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법무부가 "추가 공개 불필요" 결정을 내리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이번 편지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건을 은폐하려 했음을 보여준다"며 지속적인 조사를 약속했다. 민주·공화 양당은 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엡스타인 사건 관련 기록을 심층 검토 중이며, 추가 자료 공개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