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분노한 시위대가 재무장관의 자택을 습격, 소지품을 약탈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원 의원 580명이 월 5000만루피아(약 430만원)에 달하는 주택수당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촉발됐다. 5000만루피아는 수도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자카르타에서 시작된 시위는 수라바야, 욕야카르타, 반둥 등 다른 도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원인을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찾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 ▲중산층 소비 여력 약화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이미 최고치를 찍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챙기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좇는 정치인들의 행동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8일 오토바이 배달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이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현지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지방의회에 불을 질러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하는가 하면, 시위대 중 일부는 자카르타 인근에 위치한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의 자택에 침입해 두 차례에 걸쳐 의자와 그림, 신발 등을 약탈하기도 했다. 스리 물야니 장관은 최근 긴축 정책을 집행하면서 대중의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이후 정치인들의 태도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앞서 집권 연정 소속 나스뎀당 소속 아흐마드 사흐로니 의원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라며 "무정부상태처럼 행동하는 시위자들을 체포하고 투옥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나파 우르바흐 의원은 사무실에서 의회로 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는 이유로 의원 수당 인상을 옹호해 국민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불법 시위가 반국가적 행위와 테러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과 군에 질서 유지를 지시하는 한편, 국회가 수당 삭감에 합의했다고 밝히며 국민 달래기에 나섰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는 방중 일정과 이후의 일본 방문 계획도 모두 취소한 상태다.

정치 불안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주 자카르타 증시는 1.5% 하락, 루피아화도 달러화 대비 0.8%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