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으로 불렸던 루디 줄리아니(81) 전(前) 뉴욕시장이 교통사고로 척추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그는 사고 직전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경찰과 줄리아니 측 성명에 따르면, 사고는 30일 오후 10시 직전 뉴햄프셔주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줄리아니 대변인 테드 굿맨이 몰던 포드 브롱코 차량에 줄리아니는 동승자로 탑승했다. 경찰은 이 차를 19세 여성이 운전하던 혼다 HR-V 차량이 고속으로 들이받았다고 했다. 이 충격으로 두 차량 모두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크게 파손됐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2023년 12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명예훼손 소송으로 1억 48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국 연방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사고 직후 인근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진단 결과 흉추 골절, 다발성 열상과 타박상, 왼쪽 팔과 다리 부상 등을 입었다. AP는 줄리아니 측근을 인용해 "그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운전자 굿맨과 19세 여성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마이클 라구사 보안 책임자는 "줄리아니는 의식이 있고 상태가 좋다"며 "며칠 안에 퇴원해 이번 주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전 줄리아니는 인도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발견하고 차를 세워 직접 911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피해 여성 곁을 지켰다. 이후 다시 도로에 진입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 마침 인근에서 다른 가정폭력 신고를 조사하던 주 경찰관들이 이 사고를 직접 목격하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라구사 보안 책임자는 이번 사고가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혀 상관없는 두 사건이 겹쳤을 뿐"이라며 "근거 없는 음모론 확산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2020년 11월 19일 미국 워싱턴 D.C.의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줄리아니는 1990년대 뉴욕시장을 지내며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의 시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거액의 명예훼손 배상 판결을 받는 등 법적,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그를 "뉴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장"이라 칭하며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지난 6월에는 국토안보부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