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법원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해외 도피 의혹과 관련해 48시간 내 입장을 밝히라고 명령하면서 브라질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연방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아르헨티나 망명 요청 초안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재판을 앞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 경찰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에서 아르헨티나 망명을 시사하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작성된 초안으로, 정치적 박해와 임박한 체포를 이유로 피난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날짜와 서명은 빠져 있었지만, 경찰은 이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실제로 국외 탈출을 고려한 증거로 판단했다.
이에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에 48시간 내 입장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국가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지적했다. 이번 명령으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정국은 한층 긴장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은 다음 달 초 시작돼 12일쯤 결론이 날 예정이다. 그는 2022년 대선 패배에 원인을 부정 선거로 지목했으며, 이후 선거 불복 시위를 벌인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그는 소셜미디어(SNS) 사용 금지 명령을 위반해 가택 연금 상태다.
변호인단은 "아르헨티나 망명은 일부 측근이 제안했을 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동의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망명 문건은 심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로비 정황이 불거진 직후 터졌다. 경찰은 보우소나루와 아들 에두아르두 하원의원이 미국 보수 진영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브라질 대법원을 압박하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에두아르두는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보우소나루 재판은 정치적 처형"이라고 비난했고,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라이스 대법관 등 재판부 판사 8명과 보건장관 가족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그러나 역효과가 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7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 반대했고, 룰라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내부 균열도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핵심 우군인 복음주의 목사 실라스 말라파이아가 최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지층 내 불만이 폭로됐다. 공개된 메시지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이 서로를 향해 거친 언쟁을 주고받는 모습도 드러났다.
최종 판결은 다음 달 내려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브라질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