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으로 국방지출을 증액할 것을 요구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각) 자체 입수한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안보·정치 관련 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활용하려 한 사례를 소개한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WP가 보도한 '한미합의 초기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작년 기준 GDP의 2.6%인 한국의 국방 지출을 3.8%로 확대하고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을 증액하는 방안을 원했다.

'GDP의 3.8%'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게 요구해 약속을 받은 'GDP의 5%'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를 언제까지 목표 시한으로 삼는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나토보다 요구 수준이 낮다고 속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WP에 따르면 "대북 억제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일명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한국에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에 들어갔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의 각 정부 부처가 한미 무역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요구할 사항들을 제기한 것으로, 실제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이 같은 요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 무역 합의 관련 양국의 발표에 이 같은 안보 이슈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한미 무역 합의 도출 과정에서 방위비 문제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에 이미 요구사항을 전했는지 여부를 떠나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국방지출을 50% 가까이 증액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공개적으로 동의하길 원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워싱턴DC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방지출 증액 및 전략적 유연성 지지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구체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WP는 미국이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의 교섭에 임하면서 관세를 무기로 대(對)중국 견제, 미국 기업 관련 규제 적용 유예 등 안보와 경제에 두루 걸친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요구에 따라 각 부처의 의견을 취합해 지난 5월 작성된 '추가적인 협상목표들'이라는 제목의 8쪽 분량 문서에는 대만·인도·인도네시아 등에 국방지출 증액 또는 미국 군사 장비 구입 확대를 압박할 계획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대중국 견제와 관련, 캄보디아의 한 해군기지에 대한 미 군함 방문 및 현지 훈련 허용 요구, 이스라엘내 한 중국 기업의 항구 소유권 박탈 요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