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Meta)가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정치 및 선거 관련 광고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EU의 새로운 정치 광고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서 정치, 선거, 사회 이슈와 관련한 광고를 더 이상 게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10월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동시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EU가 오는 10월 10일부터 본격 시행할 '정치 광고의 투명성과 타겟팅에 관한 규정(TTPA)'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 규정은 선거 과정에서 외국 세력의 개입과 허위 정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온라인 정치 광고에 대해 ▲광고 후원자 ▲관련 선거 ▲지출 내역 ▲타겟팅 방식 등 핵심 정보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한다. 특히 선거 및 국민투표 3개월 전부터는 EU 외부 후원자의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정치 콘텐츠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메타에 따르면 정당, 후보자, 시민단체 등은 10월 이후에도 자신의 계정이나 페이지를 통해 정치 관련 게시글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공유할 수 있다. 단, 유료 광고를 통해 이러한 게시글의 도달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장하는 '증폭' 행위는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EU가 '정치 광고'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는 정치 콘텐츠의 표현 범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구글 역시 지난해 11월 동일한 이유로 EU 내 정치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타는 해당 규제가 과도하게 복잡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광고주와 플랫폼 모두에게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메타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논의와 협의에도 불구하고 광고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실행 불가능한(unworkable) 요건과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유럽 내 정치 광고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U는 최근 지속적으로 메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NYT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사용자 개인정보 처리 방식과 관련해 메타에 약 13억달러(약 1조7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올해 4월에는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2억3000만달러(약 3177억9100만원)의 벌금을 추가로 청구하기도 했다.

특히 EU 당국은 메타가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해 충분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타는 "이미 엄격한 광고 심사 시스템과 허위 정보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 중"이라며 반박했다.

메타는 EU의 강경한 규제 기조와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앞서 메타는 내달부터 적용되는 EU의 범용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규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AI 기술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목표로 하는 일명 'AI 법'을 통과시켰으며 이에 따라 각 기업은 범용 AI 모델을 위한 기업들의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해야 하나, 메타 측이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조엘 카플란 메타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유럽은 AI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AI 모델 개발자에게 법적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