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가운데, 해당 표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악관이 AP통신 기자의 출입을 금지했다. 기성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길들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날 AP통신의 제이크 밀러 기자가 백악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막았다. 이에 AP 소속 기자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줄리 페이스 AP 편집국장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AP의 표기 방침을 문제 삼아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독립적인 뉴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심각히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언론·표현의 자유)도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AP 기자를 배제하는 것은 백악관의 권리"라며 "백악관을 취재하는 것은 특권이지 권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악관 기자단(Pool)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기자들도 있으며, 누가 오벌 오피스에 들어올 수 있는지 결정할 권리는 백악관 있다"라고 했다. 1942년 설립된 백악관출입기자협회는 AP를 포함한 주요 통신사 세 곳이 풀(Pool)을 운영하며 각 사 출입 기자들이 교대로 집무실 주요 행사를 취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AP통신은 보도에 있어 원래 지명인 '멕시코만'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표기 지침을 밝혀 왔다. AP는 "트럼프 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며, 멕시코만이라는 명칭은 400년 이상 사용돼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표현"이라며 기존 표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뉴스 통신사인 AP는 1846년에 설립된 비영리 협동조합 형태의 언론사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언론사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AP 기자 배제 조치는 기성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5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제도권 방송 인터뷰 대신 팟캐스트와 온라인 쇼 위주로 출연했었다. 취임 이후 백악관은 팟캐스터, 독립 언론인,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 뉴미디어 매체들에 백악관 브리핑실을 개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리빗 대변인은 "우리는 많은 기존 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퍼뜨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역사상 가장 어린 대변인으로서 브리핑실을 뉴미디어와 이 방에서 기자석을 확보하지 못한 매체에도 개방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AP통신으로부터 첫 질문을 받는 백악관 기자실의 전통을 깨고 온라인 매체인 액시오스와 브레이트바트 소속 기자에게 첫 질문권을 줬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정부 기관이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영국 BBC와 맺은 유료 뉴스 구독 계약을 해지하라고 지시하는 등 기성 언론과의 거리두기를 공식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