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불리는 트럼프 지지층과 충돌하고 있다.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가 논쟁의 대상이다. 머스크는 "나는 이 문제와 싸우겠다"며 H-1B 비자 정책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H-1B 비자는 IT, 엔지니어링, 금융, 의학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취업 비자로, 이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들은 고용주의 보증 아래 기본 3년 최대 6년까지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다. 영주권 전환이 가능해 미국에 취업하려는 전문직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비자다. 연간 수십만 건의 H-1B 비자 신청이 쏟아지지만, 비자 발급 대상은 연 최대 8만5000명으로 제한된다.
머스크가 H-1B 비자 정책 유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이유는 테슬라가 이 비자를 통해 인재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책재단(NFAP)을 인용한 CBS 뉴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H-1B 비자 고용주 순위에서 상위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에서만 H-1B 비자 1025건을 신청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머스크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H-1B 비자를 통해 미국에 정착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그 밖의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많은 회사를 구축한 주요 인물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외에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도 H-1B 비자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미국 기술 산업은 수입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각) 평가했다. 미국에서 H-1B 비자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으로는 아마존, 인포시스, 코그니전트, 구글, 타타컨설턴트서비스,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HCL 아메리카, IBM 등이 있다. 미 이민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아마존에서만 9265건의 H-1B 비자를 승인 받았다. 다른 기업들이 승인 받은 H-1B 비자도 수천 건에 달했다.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전문직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적극 지지해왔다. 머스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엔지니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일부 중단하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민은 미국 경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해왔다. 미국을 기술 분야의 글로벌 지도자로 만들고 구글을 오늘날의 구글로 만들어줬다"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MAGA 진영 인사들은 H-1B 비자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H1B 비자는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에게 주려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인플로언서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좌파 인사들이 정부에 임명되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MAGA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지난달 28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나는 H-1B 비자를 믿는 사람이고, 여러 차례 그것을 (사업 관련 외국인 고용에)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가 취임 후에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H-1B 비자가 미국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취임 후 2020년에는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