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국들이 경제적 압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월그린과 CVS 같은 대형 체인은 수백 개의 매장을 폐쇄하고 있고, 독립 약국들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약품 접근성을 제한하고 '약국 사막'이라는 공중 보건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년간 CVS는 900개의 매장을 폐쇄했으며, 2025년까지 추가로 270개의 매장을 닫을 계획이다. 월그린은 지난 6년간 미국 내 1000개의 매장을 줄였고, 앞으로 3년 안에 1300개를 더 줄일 방침이다. 독립 약국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기준 독립 약국 수는 1만8984개로, 전년 대비 450개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약국들은 검사와 백신 접종 허브로 활동하며 반짝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약국들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방약에 대한 환급액 감소, 약사 임금 상승, 일반 상품 판매의 가격 경쟁 심화가 약국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에서 처방약 조제는 약 6210억 달러(약 828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약국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사업의 수익성은 복잡한 결제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약국 혜택 관리자(PBM)로 알려진 건강 보험 중개인들이 약국이 처방약을 조제한 대가로 지급받는 환급액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그린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익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약국들은 또한 월마트나 슈퍼마켓 내 약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동시에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도 맞서야 한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미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당일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월마트도 2025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약국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CVS는 타깃(Target)과 같은 대형 소매점 내부에 약국을 운영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 웬트워스 월그린 CEO는 "약국 산업은 과도하게 확장됐으며 기술과 배송 같은 미래 트렌드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FT는 약국 폐쇄가 특히 가난한 도심 지역과 농촌 지역에서 약품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국 부족 현상이 공중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한다. 약국이 없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기본적인 약품과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