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2인자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 없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에 대한 언급 없이 휴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이날 가자지구 전쟁 개입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통해 "우리는 레바논 의회 의장인 나비 베리가 휴전 달성이라는 기치 아래 이끄는 정치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휴전이 확고하게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지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8일, 하마스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성립되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자신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며 헤즈볼라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아 왔다.
이날 카셈의 연설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이후 가진 두 번째 연설이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제거한 이후에도 지난 1일부터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남부 레바논에 대한 제한적인 지상 작전을 벌였고, 헤즈볼라는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이스라엘이 나스랄라의 후계자인 하셈 사피에딘도 제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헤즈볼라 정보 본부에 대한 공습으로 하셈 사피에딘이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카셈의 발언이 '가자지구의 휴전 없이는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자 헤즈볼라가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14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레바논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