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다가 체포된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가 범행 전 남긴 편지가 공개됐다. 그는 암살계획은 한달 전부터 준비했으며 자신의 실패를 예상한 듯 암살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라우스는 사건 몇 달 전 한 민간인의 자택에 상자를 두고 갔다. 이 민간인은 지난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암살 시도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탄약, 쇠 파이프, 각종 건설 자재, 도구, 휴대폰 4개, 다양한 편지가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이 일어난 골프장을 둘러보는 FBI 요원./연합뉴스

라우스가 직접 손으로 쓴 한 편지는 수신인을 "세계"로 지정해 불특정 누군가에게 남긴 듯 했다. 라우스는 편지에서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였지만 난 여러분을 실망시켰다. 난 내 최선을 다했고 내가 낼 수 있는 용기를 최대로 발휘했다"며 "이제 여러분이 일을 끝내야 한다. 난 누구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15만달러(약 2억원)를 주겠다"고 적었다.

WP는 라우스가 사건 당시 골프장에서 한 발도 발사하지 않아 검찰이 그를 암살 시도로 기소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가 작성한 편지가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건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장 5번 홀과 6번 홀 사이에 있었는데 검찰은 라우스가 은닉한 장소가 6번 홀을 직선으로 바라보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라우스가 현장에서 달아나면서 두고 간 SKS 반자동 소총에는 총알 11발이 담겨있었고, 약실에 한 발이 장전돼 있었다. 소총에 붙은 테이프에서 라우스의 지문이 검출됐다. 그가 두고 간 가방에는 방탄복에 자주 쓰이는 세라믹 판들이 있었는데 시험 결과 이 판들은 소화기 사격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라우스의 닛산 차량에서 핸드폰 6개를 발견했다. 핸드폰 기록 조회 결과 라우스는 사건 약 한 달 전인 지난 8월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골프장이 있는 웨스트팜비치로 이동했다.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8월 18일부터 9월 15일까지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과 마러라고 자택 인근의 통신타워에 접촉한 기록이 확인됐다. 한 핸드폰에서는 팜비치카운티에서 멕시코로 가는 길을 구글로 검색한 기록이 나왔으며, 차량에는 용의자의 여권도 발견됐다. 또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했거나 참석이 예상되는 장소와 날짜를 적은 노트도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검찰은 이날 구금 연장 심리에서 "용의자가 트럼프의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 비밀경호국(SS) 요원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최소 30일 동안 플로리라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우스는 범행 당일에는 사건이 벌어진 골프장 옆 둥지 같은 곳에 잠복해 있었다"며 "라우스는 플로리다와 딱히 관계가 없는데도 이곳에 오랜 기간 머물렀던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은 라우스의 오랜 범죄 경력과 일부 정신 건강 문제를 언급하면 계속 구금 상태로 남아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 라우스는 지난 15일 범행 당일에는 사건 현장인 팜비치 골프장에 12시간 동안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SS의 정보 수집 및 관리·대응이 도마위에 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