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시의 한 과일 가게. 점원이 담배를 피우며 기자를 반겼다. 중국은 과일 손질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이날 복숭아 한 바구니를 구매한 뒤 손질을 부탁하니, 점원은 담배를 문 채로 손질 코너에 복숭아를 가져다줬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점원은 복숭아를 손질하는 싱크대 바로 옆에 붙어 담배를 계속 피워댔다. 담배 연기는 물론 담뱃재까지 복숭아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손질 담당 직원 역시 담배 연기를 계속 들이마셔야 했지만, 불편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중국은 담배에 관대해 ‘흡연자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2015년 1월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이 금지된 한국과 달리, 중국 식당에서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들도 있다. 일부 도시의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등에서 각 층 엘리베이터 앞에 재떨이를 비치해 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을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가는 와중에도 담배를 끄지 않는 부모들이 상당하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며 식사하고 있는 중국인./이윤정 기자

중국의 담배 사랑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의 15세 이상 흡연율은 24.1%다. 3억명 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인 2012년(26.6%)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평균 흡연율(23%)을 상회한다. 특히 남성 흡연율이 45.3%로 여성(2.3%)보다 월등히 높다. 남성 흡연자는 하루 평균 17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인구 역시 약 7억명에 달한다.

담배 시장 역시 중국이 세계 최대다. 신탄건강발전연구센터의 ‘2023년 중국 흡연 통제 관찰-민간 관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은 2003년 5조4761억개비에서 지난해 5조1761억개비로 5.4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담배 판매량은 1조7595억개비에서 2조4427억개비로 38.8% 증가했다. 전 세계 담배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1.73%에서 47.1%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흡연 관련 질병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폐암이 대표적이다. 중국 국가암센터 보고서를 보면, 2022년 신규 폐암 발병 건수는 106만600건에 달한다. 전체 악성 종양의 22.0%로 1위이며 전 세계 폐암 발생 건수의 42.4%에 달하는 수준이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73만3000명으로, 역시 악성 종양 중 1위(28.5%)이며 전 세계 40.73%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중국 흡연 위험 건강 보고서’를 통해 “담배로 인해 매년 중국에서 (직간접 질환을 합해)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금연하지 않으면 사망자 수는 2030년 200만명, 2050년 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NHC는 이달 초 ‘2024년 폐암 검진 및 조기 진단·치료 방안’을 발표하고 폐암 검진 권장 연령을 기존 55~74세에서 50~74세로 낮췄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폐암 5년 생존율을 높이고, 치료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기 위함이다. 중국의 담배 관련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2018년 기준 1조5214억위안에 달했다. 담배 판매로 들어온 세금(1조5556억위안)으로 겨우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폐암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상하이가 지난 2일부터 ‘실외 흡연구역 설치와 관리 규정’을 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말까지 실외 흡연 시범 구역 300곳을 설치하고, 이외 지역에서 이뤄지는 실외 흡연을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에서 실외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은 상하이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15세 이상 흡연율을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