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 중인 미국 오하이오주의 소도시에 폭탄 테러 위협이 발생했다.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허위 주장에 따른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유세하던 도중 특유의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는 12일(현지시각) 시 곳곳에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지면서 직원을 대피시키고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시는 SNS를 통해 “스프링필드의 여러 시설에 대한 폭탄 위협으로 오늘 시청이 문을 닫는다”며 “관계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주민 여러분은 시청 주변 지역을 피해달라”고 공지했다.

앞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개를 먹고, 이민자들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며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오하이오에서는 실제로 한 여성이 고양이를 죽인 뒤 먹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이민자가 아니고 살던 곳에서 평생 벗어난 적 없는 미국인으로 밝혀졌다. 백인 중심의 작은 도시인 스프링필드에 최근 아이티계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생긴 갈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인구 5만8000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약 3년간 1만5000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유입됐다.

로이터 통신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거짓 주장을 반복한 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프링필드의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TV 토론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아이티안타임스는 보도했다. 스프링필드시 당국자들은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믿을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오물(filth)을 확산시키는 일”이며, “(현지 주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