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이 끝났다. 토론 이후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해리스가 이번 토론을 이끌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토론 시작 전 관심을 모았던 ‘두 사람의 악수 여부’는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이뤄졌다. 사회자가 토론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해리스와 트럼프는 무대에 올랐고, 해리스는 트럼프 쪽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며 “카멀라 해리스다. 좋은 토론을 하자(Let’s have a good debate)”고 했다. 해리스의 손을 잡은 트럼프는 “만나서 반갑다. 즐기자(Nice to see you. Have fun)”고 응수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TV토론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UPI 연합뉴스

토론 내내 해리스는 트럼프가 발언할 때나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할 때 트럼프 쪽을 바라봤고, 다채로운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었고, 턱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정책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짙은 호소력을 보였다. 해리스는 손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해리스 캠프가 강조하고 있는 ‘기회 경제’ 등을 설명할 때는 유세장에 서서 지지자들을 바라보듯 카메라를 보면서 양팔을 양쪽으로 움직였다.

NYT는 “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기울이고, 연기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웃다가 다시 웃었다”며 “턱에 손을 얹은 채 조용하게 당혹감을 표시했고, 트럼프는 비참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리스는 토론을 준비한 실력을 보여줬다”며 “트럼프와 대조적으로 주제와 공격 포인트를 갖고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고 세대를 바꾸자는 주제를 계속 말했다. 또한 트럼프가 자신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묶으려는 시도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는 줄곧 정면을 응시했고, 해리스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종종 사회자가 질문을 시작하려 할 때 말을 가로채고 해리스를 반박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데 힘을 줬다. 또한 토론이 중반을 넘어가자, 입술을 다문 상태에서 애써 웃어 보이려 애썼다. NYT는 “트럼프는 설득력 없이 웃는 척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트럼프는 이민 문제를 논할 때 목소리를 높였고, 사회자의 진행을 무시했다. 트럼프는 이민 정책을 묻는 말에 답변하는 대신 불법 이민자 문제를 강조하려 애썼다. 트럼프는 스프링필드 등 일부 지역을 꼽으면서 “이민자들이 거기 사는 주민들의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이때 해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손을 모으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사회자도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TV에서 사람들이 나와 ‘내 개가 잡혀가서 음식으로 쓰였다’고 말하는 걸 봤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실망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실소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대선 토론 이후 스핀룸을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UPI 연합뉴스

두 사람은 토론이 끝난 뒤에는 악수하지 않았다. 무대를 내려가는 모습도 달랐다. 연단을 아래에서 해리스의 남편인 더글라스 엠호프가 웃으며 해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또한 트럼프는 토론이 끝난 지 약 1시간 후에 스핀룸(spin room·토론 전후 각 후보 참모들이 취재진을 만나 토론회 결과와 강점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는 ‘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스핀룸에 왔느냐’는 질문에 “요청을 받았다”고만 답했다. 반면 해리스는 토론 후 오후 11시 5분 토론장을 출발해 남편과 함께 필라델피아의 체리 스트리트 부두에서 열린 모임에 들려 지지자를 만났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 밤 토론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CNN은 “해리스 캠프 자문위원들은 해리스가 이슈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보였다고 말했다”며 “낙태, 경제, 외교 정책과 같은 핵심 이슈에 대해 해리스가 전달하고자 하던 바를 말했고, 특히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CNN은 “현장에서 토론을 지켜보는 동안 첫 번째 중간 광고가 나갔을 때 해리스 자문위원들이 있던 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며 “토론이 끝나고 해리스 캠프는 축하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