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서방 항공사들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저렴한 요금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와중에 서방 항공사들은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탓이다.

브리티시항공의 내부에서 본 비행기 날개.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항공이 오는 10월 26일부터 최소 1년간 런던과 베이징 간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항공의 경쟁사인 버진애틀랜틱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10월 25일부터 런던-상하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호주 항공사 콴타스도 지난 5월 중국 본토 행 항공편을 없앴다. 항공 정보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올해 여름 성수기 유럽과 북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줄었다.

외국 항공사들이 중국행 노선을 축소하는 이유는 부진한 점유율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서방국을 오가는 항공편에서 중국 항공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에어차이나 등 중국 항공사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러시아의 영공 폐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 영공 금지령으로 서방 항공사들의 연료 비용 부담은 커졌다. 동아시아 지역을 오갈 때 러시아 영공을 피해서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 연료와 시간이 적게 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상하이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중국 동방항공을 이용하면 왕복 682달러(약 90만원)에 갈 수 있는데, 영국항공의 항공권은 왕복 843달러(약 113만원)다. 시간도 중국 동방항공을 이용할 때는 1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영국항공으로 가면 1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저렴한 요금과 시간 절약을 내세운 중국 항공사들이 서방 항공사들을 밀어낸 셈이다. 싱가포르 DBS 은행의 제이슨 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비행으로 서유럽 노선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행 수요 자체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서방 항공사들이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파트너인 스티브 색슨은 블룸버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외국인들의 중국 방문 수요보다 높다”면서 “유럽 항공사들은 낮은 수익성으로 중국 노선을 재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FT는 “서방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중단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 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