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23일(현지 시각)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는 재집권 시 케네디의 삼촌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을 조사할 위원회를 꾸려 비공개 상태인 모든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총격을 당하기 약 1분 전 자동차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 A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3일 저녁 집회에서 “저는 암살 시도에 대한 새로운 독립 대통령 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나머지 문서를 모두 공개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 방문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일주일 뒤, 워렌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당시 저격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가 댈러스에서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스왈드가 구 소련, 쿠바, CIA 요원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스왈드가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소련에 살았던 배경 등이 그 근거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중앙정보국(CIA)이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92년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록의 기밀을 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암살에 관한 모든 문서를 2017년 10월까지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국가문서기록보관소에 따르면 여전히 기밀로 유지되는 문서가 3000건 이상이다.

당초 해당 법안이 통과된 후 약 32만 건의 문서에 대한 기밀이 해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법은 미국 관리들이 국가 안보 및 개인 정보 보호 우려가 공개에 대한 대중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 경우 문서 공개를 연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암살 관련 문서 중 기밀로 보존하고 있는 문서는 개인정보보호, 국가안보 문제에 걸려있다.

미국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케네디 후보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2017년 당시 대통령이었을 때 나머지 문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일부 파일의 공개를 연기, 2021년 10월까지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2018년에 1만9045개 문서의 공개를 승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10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계획돼 있던 문서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지속적인 연기는 군사 방위, 정보 작전, 법 집행 또는 외교 관계 수행에 대한 식별 가능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이러한 피해는 즉각적인 공개로 인해 얻는 대중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2월, 암살 관련 1만3173건의 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관련 기록의 97% 이상이 공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문서는 여전히 “예상되는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2023년 6월까지 기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는 문서 515건의 전체 내용 및 다른 2545건의 문서 내용 공개가 보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금까지 암살 관련 문서가 공개된 적은 없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죽음은 수십 년간 음모론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문서에 CIA가 오스왈드의 암살 계획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JFK 팩트 뉴스레터의 편집자인 제퍼슨 몰리는 WP에 “일부 CIA 직원들은 오스왈드가 혼자 행동했다고 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IA는 지난 2022년 12월, 암살 관련 문서가 마지막으로 공개됐을 당시 “CIA는 오스왈드와 연관돼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문서 공개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1993년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한 책 ‘사건 종결’을 쓴 제럴드 포스너는 WP에 “트럼프는 문서를 공개할 기회가 있었고, 그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