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첫 대선 유세에 나선 가운데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선정을 위한 후보 4명을 추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불과 석 달여 앞두고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해리스는 보통 몇 달이 걸리는 러닝메이트 선정을 단 몇 주 만에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러닝메이트 결정이 해리스의 첫 번째 정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에릭 홀더 전 미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법률사무소인 코빙턴&버링의 변호사팀이 부통령 후보 심사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리스 캠프는 부통령 후보 명단에 있는 사람의 재정 기록과 가족을 포함한 심사 자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 로이터

부통령 후보는 백인 남성에 집중돼 있다. AP통신은 “해리스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인구 통계적 균형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WSJ 역시 “많은 민주당 당원은 해리스가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백인 남성을 선택하길 바란다”며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를 2020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부통령 후보에 오른 주요 인물은 마크 켈리 애리조나 상원의원,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앤디 베샤 켄터키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다.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조종사 출신의 전직 우주인이다. 애리조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두꺼운 지역이지만, 켈리 상원의원은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켈리 상원의원은 2011년 총격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전 민주당 대표인 개리 기포즈의 남편이기도 하다. 기포즈는 총기 규제 옹호자다.

조쉬 샤피로는 주요 접전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 유대인이다. 이에 그가 부통령이 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전쟁 대응에 비판적인 민주당 일부 의원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디 베샤 켄터키 주지사는 공화당이 강세인 이 지역에서 2선에 승리한 인물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베샤 주지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민주당 주지사 중 한 명으로 2028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WSJ는 “백인 노동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은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했다.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쿠퍼 주지사는 해리스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쿠퍼 주지사는 올해 해리스와 함께 선거운동에 임했다.

부통령의 역할과 러닝메이트를 선택하는 과정은 국가가 건국된 이래로 진화했다. 당초 부통령은 대선 후보가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대의원이 선택했다. 이에 대의원들은 보통 지리적 또는 이념적 노선에 따라 당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을 부통령으로 택했다. 부통령의 유일한 헌법적 의무 중 하나는 상원을 주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대체로 의례적인 것이 되었고, 부통령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최고 고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해리스는 8월 초에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를 이전에 진행될 온라인 투표에서 부통령에 대한 투표도 진행하길 원한다. AP통신은 “해리스와 민주당은 당이 엄청난 혼란을 겪은 이후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민주당 전대가 특별한 이변없이 잘 진행되도록 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