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치 및 경제계 고위인사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직 내부에서 성희롱과 성차별,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 겸 회장 사진 /조선DB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WSJ은 80여명의 전현직 WEF 사무국 직원 인터뷰와 이메일 교환, 내부 불만 접수, 기타 포럼의 내부 관행을 잘 아는 사람들의 설명을 토대로 전했다.

직장 내 성희롱 및 차별 의혹 대상에는 포럼 창립자이자 포럼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슈밥(86) 회장도 포함됐다. 슈밥 회장은 지난 5월 21일 연내 사임 의사를 발표했는데, WSJ의 WEF 관련 보도를 앞두고 발행인과 편집국장에게 우려를 표명한 이후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슈밥 회장은 몇 년 전 WEF 사무국을 젊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50세 이상 직원을 내보내라고 세계은행 임원 출신이었던 당시 인사부서장 파올로 갈로에게 지시했다. 직원을 해고하려면 성과 부진 등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갈로가 이 같은 지시를 거부하자 슈밥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로를 해고했다.

여성 직원을 향한 슈밥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의혹도 제기됐다. 슈밥 회장실의 사무원으로 일했던 한 여성은 그가 사적인 저녁 자리와 여행을 제의한 적이 있었고, 자신은 ‘성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WEF 측 대변인은 이 같은 의혹 제기들에 대해 “슈밥 회장은 그런 저속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그런 일에 연루된 적도 없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WEF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직장 성희롱·차별 문화에 대한 고발도 다수 제기됐다. WSJ은 최소 6명의 사무국 직원이 임신 또는 출산휴가 복귀 후 자리가 사라지거나 경력상 불이익을 받았으며, 다른 6명은 일부 포럼 고위 간부로부터 성희롱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일부 흑인 직원은 2건의 불만 사례에서 WEF의 백인 간부가 ‘N 워드’(흑인 비하 속어)를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흑인 직원들이 합당한 이유 없이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WEF 최대 연례행사인 다보스 포럼의 현장 참석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WEF 측은 WSJ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WEF는 조직과 직원에게 높은 수준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비밀이 보장된 불만접수 채널과 철저한 조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며 “슈밥 회장은 직원들에게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인사 책임자와 협력해 직원들이 일반적인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의혹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