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라며 “중국의 힘이 세질수록 세계 평화의 희망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대 원칙 발표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기록이 가장 좋은 대국이고, 주요 이슈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반도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그러면서 “중국이 평화 발전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식민 침탈의 옛길이나 나라가 강해지면 패권을 탈취하려는 비뚤어진 길을 걷지 않을 것이고, 평화 발전의 바른길을 걸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대외 정책은 ‘평화공존 5대 원칙’과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에 바탕을 두고 있다. 평화공존 5원칙은 1953년 중국 초대 총리 겸 외교부장(장관) 저우언라이가 인도와 국교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립한 대외 기본정책이다.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호혜 ▲평화 공존 등 5가지로 구성돼 있다. 1954년부터 정식 적용됐다.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은 시 주석이 2013년 직접 제안한 것으로, 2018년 중국 헌법에까지 삽입됐다.

이날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내놨다. 먼저 대만 문제와 같은 자국의 ‘레드라인’을 침범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각자의 핵심 이익 및 관심사를 존중해야 하며, 각국 인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하는 발전의 길 및 국가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핵심 이익’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주도권 장악과 동맹 구축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세상일은 각국이 상의하며 처리해야 한다. 누구의 팔이 굵다고 해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 법은 없다”라며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 진영 대결과 각종 작은 그룹 형성, 편 드는 것 강요하기 등을 함께 반대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대회'에 자리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지중파로 꼽힌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특사로 내정돼 방중했었고, 총리직을 맡고 있던 2005년엔 당시 저장성 당서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시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을 면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