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현지시각),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외곽에 있는 자이언트판다 보호연구센터 워룽 선수핑기지.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항저우에서 왔다는 야오(34)씨는 대형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과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푸바오가 이날 공개된다고 해서 9일부터 와 있었다”라며 “몇 년 전부터 푸바오를 좋아했는데, 오늘 볼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된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2020년 한국에서 태어난 첫 번째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지난 4월 중국으로 반환된 지 2개월여 만에 이날 오후 12시부터 선수핑기지에서 대중에 공개됐다. 오전 9시 30분부터 중국 내외신 취재진에게 푸바오를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9시부터 실내 방사장에서 대기 중인 푸바오가 문 앞에 나타났는데, 창살 사이로 앞구르기를 하는 등 활기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사육사들은 푸바오의 실외 방사장 곳곳에 대나무와 죽순을 배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넓은 평상 위에는 죽순과 당근 등 푸바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들어진 대나무 케이크, 꽃다발 등이 준비됐다.

9시 38분, 예정 시각보다 8분 늦게 동그란 출입구의 철창이 걷혔다. 모두 숨을 죽이고 푸바오의 행동을 주목했다. 푸바오는 천천히 입구를 빠져나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듯 입구 주변을 맴돌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큼성큼 실외 방사장 중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푸바오는 먼저 평상으로 올라가 대나무 케이크에서 당근 하나를 뽑아먹은 뒤, 바로 옆 나무 그루터기 모양의 조형물로 올라가 죽순을 먹기 시작했다. 푸바오는 힘차게 죽순 껍질을 벗기고, 먹던 도중 드러눕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외곽 워룽선수핑기지에서 처음 대중과 만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 평상에 누워서 편안하게 죽순을 먹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이날 푸바오의 데뷔로 중국 전역이 들썩였다. 오전 일찍부터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 1위에 ‘푸바오 영업 시작’이 올랐다. 이 외에도 ‘푸바오 새집 모습’ ‘푸바오는 출근 전에 무엇을 하나요’ 등 푸바오 관련 검색어가 상단을 모두 차지했다. 이 외에도 자이언트판다 보호연구센터의 공식 웨이보 계정과 후난TV, 망고TV, 쓰촨관찰 등 현지 매체들은 푸바오의 공개 순간을 생중계했다.

푸바오의 인기는 다른 자이언트판다들에 비해 특히나 높은 편이다. 이날 푸바오 촬영을 위해 선수핑기지를 찾은 이옌 쓰촨TV 수석감독은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올 때 영상이 억대의 조회수가 나와 푸바오의 인기를 실감했다”라며 “중국인들이 푸바오의 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좋아하다 보니 그들의 딸인 푸바오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또 푸바오가 어렵게 태어나 탄생 과정부터 관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푸바오는 오전에 실내 방사장에서 전반적인 신체검사를 받은 뒤 대나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실외 방사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다. 선수핑기지는 사육사 2명, 수의사 2명, 영양사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푸바오를 돌보고 있다. 하루 식사량은 대나무 30kg, 죽순 10kg이다. 이외 옥수수로 만든 영양 간식인 워토우와 사과, 당근 등 간식은 일곱 번에 나눠서 주고 있다고 선수핑기지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