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 자녀가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 남은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ABC방송 캡쳐

11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헌터 바이든 재판의 배심원단은 헌터 바이든의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유죄 평결에 대해 “미국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ABC뉴스는 “헌터가 배심원단의 평결문이 발표되는 동안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가 세 번째로 ‘유죄’라는 말이 언급되자, 자신의 법률팀을 껴안고 배심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앉아 있었다”라고 전했다. 배심원단이 약 3시간 심리 만에 빠르게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질 바이든 여사는 뒤늦게 법정에 도착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질 여사는 아들 헌터가 법정을 떠날 때 만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헌터는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이 마약을 사용한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소지한 혐의로 웨이스 특별검사에 의해 지난해 기소됐다. 헌터는 수년간 코카인에 중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총기 구입시 작성하는 서류에 불법 약물에 중독되지 않고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2건의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터의 형량 선고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다. 재판을 담당한 메리엘렌 노레이카 연방 판사는 통상적으로 형량 선고가 평결 120일 뒤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대선 직전인 10월 초에 형량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 달러(약 10억35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그가 초범인 데다가 비폭력 범죄인 만큼 복역까지 선고되진 않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 차남의 유죄 평결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고,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는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라 바이든 측이 부각하려던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재판 결과를 수용한다”면서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 동안 그 사법 절차를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헌터 바이든이 유죄를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헌터는 탈세 혐의로도 기소됐다. 탈세 관련 재판은 오는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다. 탈세 혐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때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