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3억7000만명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소속당이 참패할 것으로 예상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9일(현지 시각) 유럽의회 발표한 선거 예측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다수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친(親)나치 논란을 일으킨 독일대안당(AfD)이 16.5%의 득표율로 이번 선거에 참여한 독일 정당 중 2위를 차지하며 유럽의회에서 적어도 1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약 32%의 득표율로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르네상스당(15.2%)을 압도적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 조사 결과대로라면 RN은 유럽의회 선거 역사상 프랑스 단일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게 된다고 현지 언론 유로뉴스는 전했다.

르네상스당 참패에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영상 연설을 통해 “프랑스 헌법 제12조에 따라 국민 여러분에게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주기로 했다”면서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의회와 정부 간의 갈등으로 정책 추진이 불가할 때나 대통령이 특정한 정치적 변화나 개혁을 밀어붙이고 싶을 때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의회를 해산한 대통령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극우 성향의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함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유럽의회 대변인은 다수 회원국에서 올해 선거 투표율이 증가하면서 지난 2019년 투표율(50.66%)보다 조금 높은 51%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최종 투표율 및 의석수는 추후 개표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회는 개표 결과를 반영한 최종 결과를 10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