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한국과 일본, 홍콩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문제를 주요 외신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일러스트=손민균

25일(현지 시각) 미국 CNN방송은 ‘움츠러드는 삶:일부 아시아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이유’(A shrinking life: Why some Asian youth withdraw from the worl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 나라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CNN은 “아시아 전역의 정부와 단체들이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는 많은 국가가 인구 노령화, 노동력 감소, 출산율 저하, 청소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CNN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2022년 기준 한국의 19~32세 인구 중 2.4%가 은둔형 외톨이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24만4000명 규모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둔 청년이 증가하는 이유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의 ‘완벽주의적 걱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CNN에 “이들은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매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은둔형 외톨이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150만명에 달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일본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생활비 상승, 임금 정체 등 광범위한 경제 문제가 반영된 문제로 여겨진다. 세키미즈 뎃페이 메이지가쿠인대 부교수는 CNN에 “일본에서는 직장을 잃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후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홍콩에도 최대 5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CNN은 전했다. 폴 웡 홍콩대 부교수는 이들 대부분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지만 10대 초반 청소년에게서도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지만, 미국·스페인·프랑스 등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상호작용 감소가 은둔형 외톨이의 전 세계적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실내 활동을 주로 하면서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