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가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소행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배후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관련설을 재차 주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IS)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테러범들은 자동 소총을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 무장 단체 IS는 아프가니스탄 지역 과격 분파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ISIS-K)'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IS의 언론 매체인 아마크(Amaq)는 23일 테러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복면을 쓴 네 명의 남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또한 IS는 24일 90초 분량의 테러 공격 당시 영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고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 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4일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무장 괴한 4명을 포함해 11명이 구금됐다"며 "이들은 숨어서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려 했고, 우크라이나 측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통로가 준비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보안국 역시 테러 혐의를 받는 이들 4명을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보안국도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장은 이번 테러가 면밀하게 계획됐다고 보고했다.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테러 사망자 수가 137명에서 139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3명,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5명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는 182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구금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무장 괴한 4명 모두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공화국으로 이슬람교도가 많다. 최대 150만 명의 타지크인이 러시아에서 일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