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에서 록 콘서트 관람을 위해 모인 군중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의 희생자가 13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일부 생존자가 테러 당시 건물 비상구가 잠겨 있어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22일(현지 시각) 장 괴한이 난입해 공연장 입구와 로비 쪽에서 AK 자동 소총을 난사하고 복도엔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폭발물을 던져 불을 지른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쿠스 시티 홀’ 공연장. / EPA 연합뉴스

2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현지 매체를 인용해 “총격보다 연기 흡입으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테러범들은 자동 소총을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테러범을 피해 숨어있던 사람들은 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건물에 짙은 연기가 가득하다”는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비상구 계단에서 시신 14구가 발견됐고, 화장실에서도 2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점은 비상구가 잠겨 탈출이 어려웠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생존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도망치는 가운데 비상구 손잡이를 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는 모습도 담겨 있다. 해당 동영상에는 한 생존자가 지인에게 “이 문은 잠겼어”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8년도에도 건물 비상구가 막혀 있어 피해를 키운 사례가 있다. 당시 시베리아의 한 쇼핑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경보기가 꺼져 있었고 비상구가 잠겨 있었던 탓에 60명 이상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