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공개 저격하고 나섰다고 CNN과 BBC 등 주요 외신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 공격이 레드라인(제한선)이 아니라 하마스 병력을 그대로 두는 게 레드라인"이라며 라파 공격에 반대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하마스 테러군 4분의 1을 라파에 남겨두는 것은 나치 군대의 4분의 1을 남겨두는 것과 같다"며 미국의 반대에도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함께) 예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come to Jesus)"며 전향적인 태도를 강조한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나는 그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하마스를 장려한다"며 "이스라엘 국민에게는 내가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 문제"라고 직격했다.
'come to Jesus'란 누군가가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처럼 그동안의 과오를 고백하고, 새롭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는 '전향'(轉向)의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다. '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7일 국정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클 베넷(민주·콜로라도) 상원의원 등과 대화하던 도중 네타냐후 총리를 거론했다. 베넷 의원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우려에 대해 이스라엘에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을 (다른 곳에) 전하지 말라"면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에게 당신과 나는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come to Jesus meet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직후 근처에 있던 보좌관은 귀에 대고 마이크가 아직 켜져 있음을 알리는 듯 속삭였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핫 마이크(hot mic,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하는 것)였다"며 "좋네요.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강경한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그가 가자전쟁을 둘러싸고 네타냐후 총리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데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계산에서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억제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7일 국정연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선제 기습한)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 간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다. 올리비아 돌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두 지도자의 관계 강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미 국가정보국(DNI)은 하마스는 사라지지 않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이날 미 상원에 출석한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수년 동안 하마스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고 후티 반군의 공격이 계속되면 더 광범위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네타냐후 정부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공중 투하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이어갔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 2만7600끼 이상의 식량과 약 26만6000병의 생수를 투하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영국 합동군은 홍해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후티 반군의 예멘 근거지인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향해 17차례 이상 공습해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예멘 정부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