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의무이자 근본을 가리키는 '5대 기둥' 중 하나인 금식성월 라마단이 이슬람권 대부분에서 시작됐음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 9월로,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달이다. 이슬람교도는 라마단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 기도한다.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10일(현지 시각) 저녁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됐다며 11일이 이슬람력(히즈라력)의 9번째 달, 즉 라마단의 첫날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시리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도 같은 날 라마단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무슬림들이 3일(현지 시각) 라마단을 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장식용 조명과 등불을 쇼핑 중인 사람들. / AFP 연합뉴스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는 보통 수니파보다 하루 늦게 라마단을 시작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오는 12일부터 라마단이라고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시아 국가도 10일 저녁, 초승달 관측에 실패하면서 12일을 라마단의 첫날로 삼았다.

문제는 하마스가 라마단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는 라마단을 맞아 이스라엘에 전쟁을 끝내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신와르는 예루살렘의 종교 유적지 근처에서 충돌을 촉발해 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확대하고, 이란과 헤즈볼라를 이번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 유적지는 성지 알아크사 사원 주변이다. 약 14만㎡ 크기의 성지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모두가 성스럽게 여기는 곳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할 때 작전명은 '알아크사의 홍수' 였다. 현재 알아크사 사원 주변 골목에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라마단 기간에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 남부 국경의 마지막 거점인 라파에서 하마스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가자지구 소재 알 아자르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음 카이마르 아부사다는 "하마스는 라마단이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라마단 기간에 증가할 것이라 믿기에 휴전에 동의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