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틀 연속 자국의 핵전력 과시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투폴레프(Tu)-160M 탑승을 마친 후 기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의 항공 공장 활주로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 조종석에서 포착된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 이 전략폭격기에 탑승해 30분 동안 비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블랙잭’으로 부르는 이 전략폭격기는 기체 전체가 흰색으로 도색돼 ‘백조’라고도 불린다. 소련 시절 개발된 Tu-160을 80% 이상 업그레이드해 현대화한 것으로 가변익(상황에 따라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날개)을 채택했으며 최대 속도는 마하 2(음속의 2배)다.

러시아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Tu-160M에 올라탄 뒤 이륙을 준비하고 이·착륙하는 전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륙 전 준비에는 45분이 소요됐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Tu-160M의 조종석에 약 10분간 직접 앉아 본 데 이어 이날 직접 타고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비행이 전날 결정됐으며 이날 푸틴 대통령의 비행경로는 군사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특별 비행복을 입고 비행을 마쳤다. 비행 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푸틴 대통령은 “Tu-160M은 새로운 세대의 항공기”라며 “군사적 능력이 매우 좋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 전략폭격기를 군에 도입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은 2027년까지 현대화된 Tu-160M 10기(총 150억 루블·약 2100억원)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이번 비행은 5선 재임이 유력한 다음달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 등으로 인해 서방사회와의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로이터는 서방을 향해 러시아의 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