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Z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탠리’(Stanley) 텀블러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우려가 과장됐다”고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납 논란은 일부 네티즌이 틱톡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납 검사 키트로 스탠리 텀블러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했다. 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납 성분과 맞닿으면 변색이 되는 용액을 면봉에 묻힌 다음 스탠리 텀블러 안쪽과 바닥을 문지르면 노란색이던 면봉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다만 모든 텀블러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는 것은 아니라 면봉색이 그대로 유지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많다. 하지만 해당 영상 역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소비자에게 공포를 일으켰다.

미국 MZ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탠리’(Stanley) 텀블러.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납 함유 논란이 빚어졌다. / 스탠리 홈페이지 갈무리

WP는 “전문가들은 납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스탠리 텀블러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도 SNS에 올리고 있다”며 스탠리 텀블러에 납이 사용되는 방식과 과학자들이 스탠리 텀블러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믿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 스탠리 텀블러에 납이 사용되는 이유는

스탠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음료를 뜨겁게 또는 차갑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제품 바닥에 있는 진공 단열재를 밀폐하기 위해 업계 표준 입자를 사용하고, 여기에 납 성분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공 단열재는 밀폐된 뒤 스테인리스 스틸로 덮이기에 납이 소비자의 음료나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진공 단열재로 밀폐한다고 한 부분의 코팅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스탠리는 무료 보상을 해준다. 스탠리 대변인은 NBC에 “진공 단열재 재료를 대체 재료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 스탠리 텀블러 안전하다?

WP는 전문가를 인용해 “상태가 좋은 한 스탠리 텀블러를 사용해도 정말 위험이 없다(really no risk)”고 전했다.

납 노출을 연구하는 뉴욕대 지구환경 보건학과의 환경 공중 보건 과학 임상 교수인 잭 사라보노스는 “스탠리 텀블러에 납이 포함돼 있지만, 납이 노출될 위치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라보노스 교수는 납이나 기타 금속이 포함돼 있는지 즉시 판독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해 스탠리 텀블러 5개를 테스트했다. 하지만 텀블러 상단, 측면, 하단, 가장자리 등에서 납을 감지하지 못했다.

또한, 집에 있는 납 검사 키트로 텀블러를 닦아보았지만,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사라보노스 교수는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만큼의 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납을 사용해 밀봉하는 스탠리 텀블러 바닥 재료를 제거한 뒤 드라이버 등을 사용해 긁어보았지만, 움푹 파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사라보노스 교수는 “기업들이 음료 용기를 밀봉하기 위해 납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버팔로대 역학 및 환경 보건학과 부교수인 카타르지나 코다스 역시 진공 단열재 밀폐 부분이 벗겨지지 않는 한 사람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에서 납 노출을 연구하는 연구과학자 제나 포사이스도 스탠리 텀블러에서 납이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배터리나 페인트 등 소비자가 납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과 비교하면 더욱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봤다. 포사이스 과학자는 “납에 노출된 위험이 있으려면 납을 직접 흡입하거나 섭취해야 하기에 납을 만지는 것만으로는 반드시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납을 흡입하거나 섭취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스탠리 텀블러를 선물 받는 영상을 공유한 틱톡 사용자들. / 틱톡 갈무리

그 예는 사람이 납 알갱이를 입에 넣었거나, 작은 납 입자가 부서져 입에 들어가는 경우다. 다만 포사이드 과학자 역시 기업들이 납을 대체할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납을 제품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납이 들어있지 않는 스테인리스 텀블러도 존재

또 다른 텀블러 제조사인 하이드로 플라스크(Hydro Flask)는 스탠리 텀블러의 납 논란을 의식하듯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진공 단열재를 밀폐하는 과정에서 10년 넘게 납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텀블러 제조사인 오왈라(Owala) 역시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음료 용기에는 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제조하는 회사 중 납을 사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는 뜻이다.

◇ 납에 노출되면 학습 장애, 주의력 결핍 등 발생

납은 독성이 있는 중금속으로 체내에 흡수될 경우 다른 중금속보다 배출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신경학적 증상이다.

어린이가 장기간 납에 노출되면 학습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인이 납에 오래 노출되면 고혈압, 뇌, 신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장기간 납이 체내에 흡수되면 근육통, 변비, 집중력 저하, 떨림, 체중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 가정용 납 검사 키트는 정확?

면봉을 사용해 납 검출을 검사하는 것은 집에서 납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저렴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납 검사는 수백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그만큼 미량의 납을 탐지하는 데 가정용 납 검사 키트는 정확하지 않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코다스 버팔로대 부교수는 “스탠리 텀블러를 이용한 납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다면, 컵 안에 담겨있던 액체에서 납이 검출된 것일 수도 있다”며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납으로 인한 수질 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이자 부모로서 물에 대해 아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