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결과를 예견하기 어려울 만큼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030 청년층이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현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제1야당인 국민당이 독점해 온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은 거대 양당이 각을 세우고 있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는 삶과 맞닿아 있는 부동산·최저임금 등의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8일 대만 연합보는 "청년층은 양안 카드에 동요하지 않고 청녹색의 격렬한 대립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이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청녹색은 민진당(녹색), 국민당(청색)을 뜻한다. 2030 청년층은 대만 전체 유권자 1980만명의 20%를 차지한다. 특히 생애 첫 총통 선거에 참여하는 20~23세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6%인 103만명이고, 투표 의사가 70% 이상에 달한다.
주요 정당에 등을 돌린 이들의 표심은 자연스럽게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커 후보의 가오슝 유세 현장에는 약 10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보는 "이전까지 커 후보는 지지 세력이 부족해 주춤했지만, 최근 2주간 유세 현장에 자발적인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며 "중도 세력이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세가 커지고 있어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커 후보가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데에는 민생 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미·독립 성향인 민중당과 친중 성향인 국민당은 대만의 독립 여부를 두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커 후보는 양안 관계에 대해 중도 입장을 견지하며 경제 부진 해결책에 보다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대만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청년층의 고통이 확대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커원저가 청년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청년층의 표심을 얻는다 해도 커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작다. 선거 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지난 2일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지지율 32%를 기록했다.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의 지지율은 27%로 민진당을 오차범위 내(3~5%포인트)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커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주도하던 총통 선거에서 제2 야당이 20% 안팎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선두로 치고 나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커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층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양대 정당 중 누구의 지지세력이 약화할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당선될 만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며 커 후보의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국제정책자문그룹의 탄은 "현재 젊은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을 먹었다"며 그들은 커원저에 표를 던지거나 기권할 것이며 다른 두 당에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미·중 관계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중국은 각종 조치를 통해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7일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방산업체 다섯 곳에 대한 제재를 실시했다. 중국 공산당 관영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대만 당국이 매년 막대한 돈을 들여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는 것은 독립 세력에게 허황된 위안일 뿐"이라며 "이 돈은 대만의 민생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