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종합병원인 중국중의과학원 왕징의원 본부 앞.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 마스크를 끼고 부모에게 안겨있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병원 1층에 자리한 소아과는 이미 대기실이 꽉 차 있었고, 각 진료실 앞마다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 간호사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환자가 크게 늘었다”라며 “지금 점심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대기 인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원 내 소아과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 모습./이윤정 기자

중국에서 호흡기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유행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인플루엔자(독감)에 신형 코로나19 등 다른 전염병까지 겹치면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 소아과는 포화 상태다. 중국 보건당국은 각 지역 병원에 치료 지침을 내리는 한편, 밀집도가 높은 대형 병원이 아닌 지역 병원으로 주민들을 유도하고 있다.

25일 중국 계면신문에 따르면, 주요 병원 소아과들은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초과 근무에 돌입했다. 상하이 자오퉁대 부속 런지의원 소아과는 11월 들어 13일까지 8000명 넘게 외래 환자를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수준이다. 칭화대 부속 베이징칭화창겅의원 소아과의 경우, 지난 10월 상담 건수가 8월 대비 약 5000건 늘었다. 평일 외래 및 응급진료 건수는 이전까지 하루 300여건 정도였지만, 최근 800여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 병원의 차오솽 소아과 부주임은 “병원 개원 이후 역대 최대 압박”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업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 병원이 포화 상태에 빠진 것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인플루엔자, 아데노 바이러스, 신형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이 한꺼번에 유행하면서다. 특히 지난 여름부터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환자의 침방울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 초기 발열, 두통, 인후통이 나타나고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비슷해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중증으로 진행돼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예방 백신은 없다.

중국 보건당국은 구체적인 감염자 수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호흡기 감염병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각 지역에 지도 지침을 내리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3일 “여러 지역에서 호흡기 질환의 유행 기간에 접어들고 있다”며 “1차 의료 및 건강 관리 기관에 대한 기술지도를 강화해 진단 및 치료 능력과 중증 질환 식별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도 전문가를 인용해 “대형 병원은 사람이 많아 대기 시간이 길고 교차 감염 위험도 높다”며 “증상이 가벼운 영유아는 1차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된 만큼 중국 호흡기 감염병 유행은 더욱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 자후이병원의 왕페이 소아과 의사는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감염 유행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내년 춘절(2월)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년에 비해 올해는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교차 감염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