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서 벗어난 카타르에 거주하면서 자유롭게 여행하고 호화롭게 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하니예는 미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중동 전역의 하마스 자산을 관리하는 하마스의 일인자다. 미국 정부는 하니예가 관리하는 하마스의 자금줄 조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하니예의 개인 자산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WP는 “하마스의 재정 능력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엄청난 빈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61). / 로이터

BBC에 따르면 하니예는 1948년, 가자지구의 샤티 난민 캠프에서 난민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니예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당국에 구금됐다가 1988년 다시 투옥됐다. 이후 하마스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9월,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외교협회에 따르면 하니예는 하마스 관리위원회에서 2017년에 지도자로 선출됐고, 2021년에 4년 임기로 재선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후 공개된 한 영상에서 하니예와 약 12명의 남성은 TV에서 공습 장면을 지켜보며 감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확인됐다.

미 재무부는 하마스 최고 지도부가 가자지구 밖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반 팔레스타인인은 무장 단체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거듭 비난하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대다수의 러시아 엘리트와 마찬가지로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호화롭게 사는 반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열악한 생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 및 금융 정보 담당 차관도 지난달 “하마스 지도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중동 지역을 포함한 지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일반 팔레스타인인들은 열악한 생활 조건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무부 대변인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직 재무부 관리이자 라인하트르 대태러 프로그램 책임자인 매튜 레빗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물리는 등의 조치로 연간 4억달러(약 5340억원)를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 정보 기관은 하마스가 수단,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등지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최소 5억달러(약 6600억원),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외에도 하마스는 암시장 밀수 수수료로 연간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이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에 최대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음.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카타르 등으로부터도 수억 달러를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란 핵 반대연합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정부 운영에 연간 약 16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하니예가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얼마나 가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 역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에 기반을 둔 군사 지도자를 어느 정도 통제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대신 미국 등 서방은 하마스의 자산을 통제해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미국은 1995년부터 하마스와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경제 제재를 취했다. 하니예는 2018년부터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의 자산 관리 시스템을 무력화하지는 못했다. 이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미국은 하마스의 금융 네트워크를 점검해 추가 제재하겠다고 밝혔고, 재무부 고위 관료는 이를 위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을 방문해 하마스 자금줄을 조이는 방법과 관련한 공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데예모 차관은 “미국 재무부는 하마스의 금융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 등 테러 단체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파괴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따르지 않는 지역 및 사람을 공격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이들의 증오심을 키우는 데는 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며, 이를 막기 위해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카타르가 하마스의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안 바르가스(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카타르인들은 테러리스트 편인지, 미국인의 편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미 행정부는 카타르 정부가 하마스 지도자를 미국이나 이스라엘 정부에 넘겨줘야 하며, 카타르에 머물 수 없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