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시간을 벌고자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 일부를 석방하는 데 동의할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압력으로 이스라엘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연기하길 원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보도 이후 벤 러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멀리 떨어져 있었고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가자지구 인근에서 순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적의 인질 200여명을 납치했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날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와 미국을 통해 인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전 투입이 언제까지 미뤄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3단계 작전’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1단계에서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를 궤멸시키고, 2단계에서 저항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갈란트 장관은 “3단계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 체제를 만드는 것, 가자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는 것, 이스라엘인과 (가자지구 주변 지역의) 주민을 위해 새로운 안보 현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3단계 작전을 두고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더라도 가자지구를 장기간 점령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날까지 최소 4137명이 숨지고, 1만310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에서도 14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돼 양측 사망자는 55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