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통신기업인 STC그룹이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지분 9.9%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려 하자 스페인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방문한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부장관 대행은 STC의 움직임에 대해 "텔레포니카는 스페인의 전략 자산"이라며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STC는 텔레포니카 지분 9.9%를 취득한 사실을 전날 공개했다. STC는 21억 유로(약 3조53억 원)를 들여 텔레포니카 주식 9.9%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STC는 사우디공공투자기금(PIF)이 64%의 지분을 가진 사우디 최대 통신사다.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 탈(脫)석유 경제 다변화 정책에도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텔레포니카가 스페인 방위산업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워 STC가 텔레포니카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TC 측은 그러나 텔레포니카 지분 인수가 "다른 중동국 기업들이 유럽이나 남미의 통신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투자 활동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연립정부 내에서 극좌파인 포데모스 출신의 이온 벨라라 사회적권리부 장관 대행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략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벨라라 장관대행은 또 스페인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투자사 SEPI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텔레포니카 주식 10%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포니카 등 유럽 텔레콤 회사들은 최근 모바일 사업 부진에다 5G와 같은 최신 기술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빚에 쪼들리면서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STC의 텔레포니카 지분 인수에 대해 스페인 양대 노조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노동자총연맹(UGT)은 성명을 통해 "STC의 텔레포니카 지분 취득은 회사의 미래 투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해 주는 자본의 유입으로, 이를 통해 텔레포니카 노동자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노동자위원회(CCOO)는 STC의 다음 행동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정부에 "각별한 주의와 책임"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