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로 피해를 본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당국이 화재 책임을 전기회사에 돌렸다. 미국 기상청이 허리케인 적색 경보를 내렸지만, 전기회사가 전기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아, 강풍에 끊어진 전선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24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우이섬 당국은 하와이 전기의 95%를 공급하는 ‘하와이언 일렉트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마우이섬 당국은 “마우이 화재로 인한 공공 재산과 자원의 민사적 손해에 대해 하와이언 일렉트릭 등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하와이 일렉트릭 직원들이 최악의 산불로 피해를 본 하와이 마우이섬 지역의 전력을 복구 중이다. / AFP 연합뉴스

하와이언 일렉트릭은 화재가 발생한 당일, 성명을 통해 “웨스트마우이에서 전신주 30개 넘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마우이섬 당국은 “해당 전력선은 주거지, 기업, 교회, 학교 및 문화 유적지를 빠르고 완전히 파괴한 이번 산불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와이언 일렉트릭이 전력을 차단했다면 산불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당국이 입은 피해만을 대상으로 한다. 마우이섬 당국은 “공공 인프라 손실과 화재 대응 비용, 세입 손실, 환경 피해, 역사적·문화적 랜드마크 손실 등”을 손해배상 대상으로 언급했다. 당국은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총 3000에이커(12.1㎢)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타고, 건물 2200채가 무너지는 등 약 55억달러(약 7조2974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산불 발생 이후 하와이언 일렉트릭 주가는 이달에만 69.11% 빠졌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하와이언 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을 정크(junk·투기등급)로 강등했다. 이 회사가 마우이 산불로 인해 38억달러(약 5조274억원)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한편, 산불 발생 책임을 이유로 전기회사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Pacific Gas & Electric)은 지난 2018년 발생한 화재로 인한 책임을 물어 255억달러(약 33조7365억원) 상당의 합의금을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