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경제 5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가 11개국 규모로 외연을 확장한 것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김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거센 압박 속에서 시 주석은 G7(주요 7개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경제 협의체를 구축하려 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브릭스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만큼, G7에 필적할 만한 힘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24일(현지 시각) 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아르헨티나·이집트·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맞아들였다고 밝혔다. 브릭스 회원국이 확대된 것은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만이다. 이들 6개국의 회원국 자격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24일(현지시각)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타스 연합뉴스

브릭스의 외연 확대는 중국이 밀어붙여 온 사안이다. 시 주석은 전날 브릭스 정상회의 전체 회의에서 "브릭스 확장을 가속해 더 많은 국가들을 브릭스 가족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대독한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더욱 강력한 브릭스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회원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브릭스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 중심의 G7에 필적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의 공조가 강화되면서 반(反)서방 세력 결집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러시아가 시 주석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각종 제재로 고립된 상황이다.

시 주석이 주도한 브릭스 회원국 확충은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인도와 브라질 등은 브릭스가 '반(反)서방 동맹'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때문에 회원국 확충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는 G7이나 G20(20국)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회원국 간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전날 공동 기자회견이 취소되고, 합의문 서명도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 인도가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인도는 브릭스 외연 확대가 서방 국가 주도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글로벌 질서 확립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의 브릭스 합류는 미국 등 서방 진영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합류하면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와 무역 규모를 키우는 등 관계 밀착에 나서고 있다. 이란에 대해선 "중동의 강국이자 서방 지배 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역할을 확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지정학적 양극화로 중국·러시아가 브릭스를 서방과의 균형추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브릭스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브릭스가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고 해도 G7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릭스는 매우 다양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브릭스가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브릭스의 약점은 분명하다"며 "통일성이 부족하고 결정을 집행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