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가 전용기에서 찍은 사진. /그의 여동생인 정치인 잉락 친나왓 페이스북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지난 15년간 망명 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탁신 친나왓(74) 태국 전 총리가 귀국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고가 시계를 차고 있다가 바꿔 찬 모습이 포착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2일(현지 시각) 타이PBS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개인전용기를 타고 이날 오전 9시쯤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2011∼2014년 역시 총리를 지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탁신 전 총리의 사진에는 전용기 안에서 메탈 소재의 시계를 찬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탁신 전 총리가 차고 있는 시계는 파텍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이다”고 주장했다. 파텍필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알려진 명품 시계 브랜드다. 탁신 전 총리가 찬 것으로 추정되는 그랜드마스터 차임 시리즈는 판매가가 최소 20억~30억원 수준이다. 이 시리즈 시계는 2019년 한 경매에서 3100억달러(약 415억원)이라는 세계 최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탁신 전 태국 총리가 22일(현지 시각) 딸 패통탄과 함께 공항에 집결한 지지층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는 모습. 그는 방콕 공항에 도착한 후 중저가 브랜드 ‘스와치’ 시계를 찼다. /AFP

그러나 탁신 전 총리는 방콕 공항에 도착한 직후 포착된 언론 사진에서 다른 시계를 차고 있었다. 오메가와 스와치가 함께 만든 모델로 추정됐다.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라는 이름의 이 시계의 판매 가격은 37만1000원으로, 시계에 ‘OMEGA X SWATCH’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다.

한편 탁신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은 유명하다. 잉락 전 총리는 2013년 재임 당시 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등 총 4178만 밧(약 16억원)어치의 보석류를 보유했다고 정부에 신고했다. 이 외 파텍필립, 롤렉스, 카르티에 등 명품 시계 9점, 에르메스 가방 등 391만 밧(약 1억5000만원) 상당의 잡화 또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 재벌 출신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집권 후 병원 진료 시스템 개혁, 농민 부채 경감 등의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으나 왕실과 군부 등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빚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다.

탁신 전 총리는 조세회피처를 통한 탈세와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받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을 제외하면 10년형이 남아 있다. 앞서 경찰은 귀국과 동시에 탁신 전 총리는 공항에서 체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탁신 전 총리는 수갑을 차지 않은 모습으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는 경찰 조사 이후 법원에서 투옥 명령을 받은 뒤 방콕 짜뚜짝 지역 중앙 교도소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