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2000년대 들어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졌다는 서울대 연구 발표에 미국 주요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28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무언가 지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답은 우리와 관련이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대 연구팀의 분석을 소개했다.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의 아르차 베식 지구 근처 모스크에서 지하수를 담고 있는 사람들. /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도 27일 “인간은 지구의 기울기를 이동시키기에 충분한 지하수를 사용했다”는 제목으로 연구를 전했고, CNN방송 또한 “인간이 너무 많은 지하수를 퍼 올려 지축이 이동했다”며 해당 연구를 소개했다.

이들 보도는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 연구팀이 지하수 고갈과 해수면 상승, 지구 자전축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0년 사이 전 세계에서 지하수가 약 2조1500톤(t)이 퍼 올려졌다. 이는 수영장 8억6000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해수면이 약 6mm 상승했다. 지구의 존재하는 물 전체의 양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가 줄어든 만큼 그 물이 바다로 흘러가 해수면 높이가 상승한다. 지하수 개발이 활발한 인도와 미국 북서부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랐던 것이 그 증거다.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지구의 육지·해양 분포가 바뀌고 결국 자전축이 이동한다. 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 자전축은 동경 64도 방향으로 약 80㎝ 이동했다.

NYT는 “지하수 남용 문제는 오래전부터 심각했다”며 “지하수가 퍼 올려지며 땅속에 남은 공간이 채워지지 않자, 땅이 가라앉았고 이후 물을 담을 수 있는 지하 공간도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하수 고갈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지구의 물질량 분포가 바뀌며 자전축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간 학계에선 지하수 고갈이 해수면에 영향을 줬다는 추정치만 있었다. 하지만 서 교수 연구팀은 지하수 고갈이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는 것을 관측해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WP는 “서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17년에 걸친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지하수가 해수면 상승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관측에 성공했다”며 “인간의 행동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더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도 서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