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남미 베네수엘라가 역설적으로 연료난에 처했다. 석유 공급 차질은 농업 지역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유소 앞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 잠을 자며 기다리기도 한다. 일부 농민은 자동차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 농작물을 배송하지 못하고 폐기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 호수 위 다리에서 수공예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이들. /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시민단체인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22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휘발유 부족에 항의하던 농부 2명이 최근 체포됐다 풀려났다"며 "정부가 연료난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지난 19일 베네수엘라 서부 메리다주 푸에블로야노에 거주하는 농부인 이스네트 안토니오 로드리게스 맘벨은 자신이 수확한 당근을 버렸다는 이유로 공정 가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맘벨은 "화물차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 당근을 유통업자에게 보내지 못했다"며 "당근이 썩어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베네수엘라 트루히요주 카라체에 사는 한 농부가 맘벨과 비슷한 이유로 토마토를 강물에 버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 농부가 토마토를 강에 버리는 모습이 녹화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했고, 타레크 윌리어 사브 법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공정 가격법을 위반한 이들은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식량 무단 폐기 논란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연료난이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부실 경영이 이뤄졌고 베네수엘라 정유 공장은 2010년부터 고질적인 고장과 폭발, 원유 유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중심지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만, 마라카이보 호수 남쪽과 콜롬비아 국경 지역의 연료난은 심각하다. 현지 매체인 엘파이스는 지난 3월 "마가리타 섬에서는 차량 번호판에 따라 휘발유를 보급하고 주중 특정 시간에만 연료를 공급하는 배급제가 다시 도입됐다"며 "자동차의 연료통을 채우기 위해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는 이들이 다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