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교 5곳이 문을 닫을 위기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2017년생이 5만65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다. 신생아 수는 2018년 이후 5년 동안 연속 감소하면서 지난해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치인 3만2500명으로 떨어졌다. 이에 홍콩 일각에서 원정 출산을 위해 홍콩을 찾는 이들을 위한 병원 예약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 4월 공개한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명으로 한국(0.9), 싱가포르(1.0), 일본(1.3)보다 낮다. 연도별로 비교해도 출산율 저하는 눈에 띈다. 1951년에 태어난 홍콩 여성 4명 중 3명 이상은 30세가 되기 전 적어도 한 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1991년생 홍콩 여성의 경우 4명 중 1명 미만이 30세 이전에 출산한다. 여기다 홍콩이 중국으로 편입된 이후 이민이 늘면서 홍콩 노령화는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저출산 문제가 향후 홍콩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만큼 홍콩 일각에선 외국인의 홍콩 원정 출산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2013년 홍콩이 아닌 타지에서 온 임산부가 홍콩 현지 출산을 위해 병실을 예약하는 것을 막았다. 그전까지 중국 본토 여성이 홍콩에서 원정 출산을 하면서 홍콩 현지인들이 병원 예약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당시 홍콩에선 의료·교육·복지를 위한 공공 재정이 납세자가 아닌 외국인 부모에게 돌아간다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원정 출산자의 병실 예약을 맞자 신생아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2011년과 2012년 홍콩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각각 9만5451명, 9만1558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원정 출산 병실 예약을 막은 2013년 신생아 수는 5만7084명으로 전년보다 3만명 넘게 줄었다. 2014년(6만2305명), 2016년(6만856명) 신생아 수가 6만 명을 잠시 넘긴 했으나, 2013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원정 출산을 허용할 경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폴 입 홍콩대 인구보건학 교수는 "홍콩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홍콩에서 거주할 권리를 가질 뿐 부모는 그렇지 않다"며 "금전적 부담은 물론 일상적인 돌봄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정 출산 부모들이 자녀의 홍콩 거주권만 획득한 뒤 본토로 돌아갈 것이기에 인구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폴 입 교수는 "모든 사람이 홍콩에 희망이 있다고 느끼도록 사회 환경이 바뀌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며 "그렇게 되면 홍콩을 떠난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일부에선 한국, 일본처럼 현금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폴 찬 모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 2월 아동 세금 공제액을 1만 홍콩달러에서 13만 홍콩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체외 수정 치료에 대한 현금 보상, 보조금 요구는 거부했다. SCMP는 "세금 공제 때문에 출산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홍콩 인구정책이 글로벌 인재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방식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