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큰 손’ 후원자로 꼽히는 억만장자 피터 틸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어떤 후보도 후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틸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그가 이 같은 입장을 동료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한 피터 틸.

틸은 지난해 말 내년 대선에 후원을 중단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이 미국의 혁신, 중국과의 경쟁 등 굵직한 사안에 관심을 갖기 보다 낙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학생들의 학교 화장실 사용 제한 등 논란에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틸의 생각이다.

독일 출신인 틸은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 소프트웨어 회사 팔란티어를 공동 창업했으며 페이스북 초기 투자에도 참여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9세 때 실리콘밸리로 이사를 가 그곳의 자유분방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공학 분야가 유명한 스탠퍼드대에 들어가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틸은 ‘스타트업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핀테크 시대를 개척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해 큰돈을 벌어 유명해졌다. 틸은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로도 참여했는데, 50만 달러 투자로 17억 달러를 회수해 3400배의 수익을 올렸다.

빅데이터 분석 회사 팰런티어를 공동 창업해 기업가치 127억달러의 회사로 키우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계 최대 숙박공유회사 에어비앤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 등에도 투자해 성공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그의 재산이 약 42억 달러(약 5조6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틸이 2000년 이후 주·연방 선거 후보와 선거캠프에 기부한 돈은 약 5000만 달러(약 669억원)에 이른다. 2022년 의회 중간선거 때는 공화· 민주당에 기부한 개인 중 10번째로 많은 돈을 기부했다.

틸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25만 달러(약 16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당시 틸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가 중 거의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에게 거액을 기부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혼란상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0년 대선 당시 재선에 도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