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파 연정에서 추진해 온 '사법 정비' 입법 절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CNN과 BBC 등 주요 외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야권과) 대화를 위해 타임아웃을 갖기로 했다. 국민 분열을 방지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한 2∼3차 독회(讀會)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내전을 피하는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네타냐후와 면담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측은 입법 절차를 크네세트(의회) 다음 회기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정비 입법에 저항해온 야권을 겨냥해 "나라를 갈라놓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있다"며 "나는 나라를 갈라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만약 입법이 진짜로 그리고 완전히 중단된다면 우리는 진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러나 과거 (네타냐후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없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해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여야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 온 이츠하크 헤르초크 대통령은 입법 중단 결정을 환영하면서 "최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말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우파 연정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해 왔다.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 선정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입법의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 연속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도로를 마비시키고 경찰과 충돌하며 강력한 시위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