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일인 4일 오전 10시 베이징 톈안먼(천안문)광장. 뿌연 하늘 때문인지 차도 건너편 톈안먼 성루의 마오쩌둥 초상화도 흐릿하게 보였다.
코로나 3년간 대체로 맑았던 베이징 하늘은 중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후 다시 탁해졌다. 이날 오전 8시 베이징 톈안먼광장이 속한 둥청구의 공기 질 지수(AQI)는 211로, '매우 나쁨(6단계 중 두 번째 최악)'을 기록했다. PM2.5 초미세 먼지 농도는 146㎍/㎥ 수준으로,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연평균 농도(30㎍/㎥)의 다섯 배 수준이었다.
1월 초 베이징시 생태환경국은 2022년 공기 질이 훌륭(1급)했던 날이 138일에 달해 이제 '베이징 블루(베이징 하늘이 파랗다는 뜻)'가 일상이 됐다고 했으나, 시진핑 집권 3기가 출범하는 올해 양회엔 '베이징 블루'도 '양회 블루(양회 기간 일시적으로 대기를 맑게 하는 것)'도 없었다. 양회에 앞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인공 강우를 실시해 베이징 공기가 좋아 보이게 하는 것보다, 대기 오염을 무릅쓰고서라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톈안먼광장 옆 인민대회당 앞 계단엔 중국 전역에서 모인 양회 참가자가 입장을 위해 다섯 개 출입구마다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일부는 인민대회당 앞에서 들뜬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톈안먼광장은 양회 참가자를 베이징 각 호텔에서 실어나른 수십 대의 버스와 승용차로 가득했다. 광장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는 교통 통제가 이뤄져 한산했으나, 톈안먼 성루 양옆 검문소엔 관광객이 몰려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양회는 두 개의 회의라는 의미로,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NPC)와 최고 정치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CPPCC)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정협이 하루 먼저 개막한다. 올해 정협(제14기 전국위원회 제1차 회의)은 4일 오후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지고, 전인대(제14기 제1차 회의)는 5일 오전 개막해 13일 폐막한다.
올해 양회는 지난해 12월 초 중국이 3년간 고수한 초강력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전격 폐기한 후 맞는 첫 대형 정치 행사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올해 2월 16일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주재한 회의에서 "중국이 지난 3년간의 코로나 방역 노정에서 중대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앞서 한 달 전인 1월 21일 중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우쭌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유행병학 수석 전문가는 올해 춘제(1월22일) 전 중국 국민 80%가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코로나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양회 참가자에겐 이젠 과거의 유물이 된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가 일부 적용됐다. 전국에서 집결하는 전인대와 정협 참석자 5000여 명은 개막식 최소 하루 전 베이징 호텔에 모여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고 호텔방에서 격리했다. 양회를 취재하는 중국 내외신 취재진도 하루 전 지정 호텔에서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고 격리를 해야 했다. 다만, 전처럼 격리 호텔 통제가 엄격하진 않았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보여주기식 형식적인 격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행사 진행도 꽤 느슨해졌다. 지난해 양회 때는 방역을 이유로 기자회견이 모두 화상 연결로 진행됐다. 올해는 대면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인대 개막 하루 전인 4일 오후 12시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은 거리 두기 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이어 오후 3시 시작한 정협 개막식에선 시 주석을 비롯한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협 주석단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나머지 2100여 명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5일 오전 9시 열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 정부가 정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된다. 중국은 지난해 전인대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성장률은 3.0%에 그쳤다. 상하이 등 중국 각지 코로나 발생과 도시 봉쇄 등으로 경제 활동이 마비된 영향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에 본격 시동을 거는 올해도 5%대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중국 안팎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