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당과 이슬람 모스크, 유대교 회당이 함께 들어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완공됐다고 AP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의 조감도. /아부다비 정부 미디어 오피스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관(分館)과 뉴욕대 분교 등이 있는 아부다비 사디야트섬에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드자예가 설계했다. 성당은 해가 뜨는 동쪽으로, 모스크는 메카 방향, 회당은 예루살렘 쪽을 각각 향하도록 했고, 화합과 평등의 의미로 각 예배 시설은 모두 같은 높이로 설계했다.

내부는 종교 시설에 따라 각기 다르다. 유대교 예배당 입구에는 십계명이 히브리어로 새겨져 있다. 모스크에는 남녀 기도실이 벽으로 분리돼 있다. 현재 이곳 종교 시설 안팎에서 기도하는 신도들이 보이지만, 일반 방문객을 맞는 정식 개관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 건설 추진의 계기가 된 것은 2019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UAE 방문이었다. 당시 교황은 수니파 이슬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와 ‘인간 박애 선언’에 서명하고 종교 간 화합과 선의, 평화를 도모하자고 촉구했다.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교황 집전 미사에는 4000여명의 무슬림도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이슬람교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면서 UAE 아부다비를 목적지로 선택한 것이나,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들어서게 된 것은 아부다비 정부가 추구하는 개방과 포용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UAE에서 이슬람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포교하면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UAE 국법은 이슬람 신성 모독과 배교 행위에 대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UAE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UAE는 내년 2월 첫 힌두교 사원을 개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