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미국 하원이 최근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을 주권 침해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16일 "악의적 선전이자 정치적 조작"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미 상무부가 정찰 풍선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을 제재하자, 맞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영공에서 발견 후 일주일 만에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문제를 놓고 미·중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전인대 외사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 하원이 통과시킨 소위 '중국의 미국 영토 내 고공 기구 사용 결의안'은 중국 위협을 과장했으며, 순전히 악의적 선전이자 정치적 조작"이라며 "전인대는 강렬한 규탄을 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외사위는 "중국 민용 무인 비행선이 미국 영공에 잘못 들어간 것은 완전히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진 우발적, 의외의 사건"이라며 "미국 인원과 안전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물체를 중국의 '정찰 풍선(spy balloon)'이라 규정한 반면, 중국은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라 부른다.
외사위는 미국이 풍선을 격추한 것을 두고 "미국이 무력을 행사했으며, 이는 국제법 정신과 국제 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오히려 비난했다. 또 "미국 의회 일부 정객이 선동하며 반중, 중국 억제란 사악한 속셈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다른 나라 내정에 멋대로 간섭하고 타국 주권을 침범하고 다른 나라 감시 활동을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 "중국을 모독하고 먹칠하는 잘못된 방식을 즉각 중지하고, 사태 악화를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9일 미 하원은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을 노골적인 미국 주권 침해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 419표,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 공군이 비행체를 격추시킨 지 닷새 만이다. 하원 의원들은 정찰 풍선을 보낸 것은 중국공산당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찰 풍선은 1월 28일 미 북서부 알래스카주 상공에 들어갔다. 중국은 기상 관측과 과학 연구를 위한 민간 비행체가 불가항력으로 경로를 이탈해 미국 영공에 우연히 들어갔을 뿐, 스파이 기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정찰 풍선 격추 명령을 내렸고 다음 날인 4일 미 공군 전투기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연해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풍선을 바로 격추시키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6일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풍선이 미국 영토를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는 정찰 풍선의 배후로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목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풍선에 탑재된 안테나와 센서 등이 정찰용이며, 정찰 풍선 제조사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곳이란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외에 동아시아, 유럽 등 최소 5대륙, 40여 국에서 탐지됐다고도 밝혔다. 국제 사회에 중국 위협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도 2021~2022년 일본 영공에서 유사 풍선이 발견됐었다고 최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