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가 반도체부터 국방·우주까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전방위 협력에 나선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1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 및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핵심 첨단기술 구상(iCET)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iCET 출범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합의에는 미 방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도와 제트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국방 우주 분야에서 공조에 나서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인도 반도체 제조사들과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5세대(5G) 무선 통신망과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협력 사업도 진행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중국 모습이 인도 정부에 영향을 미쳤다"며 인도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로 중국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과 인도의 경제 이해관계도 일치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반도체, 통신 부품 등에 대한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을 우려해왔다. 인도는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는)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애플, 삼성 등이 자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국경 분쟁 이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것도 인도가 미국과 손잡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WP는 "인도와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지며 협력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역할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인도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협력에는 미국이 인도의 반도체 기술 인력을 적극 유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인도전자반도체협회 (IESA )는 양국 간 반도체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민간 태스크포스 구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력 강화하는 미국과 인도. /조선 DB

최근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 핵심 인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행보다. 미국은 최근 화웨이에 대한 자국 기업의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고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방·우주 분야에서는 미국의 방산 업체이자 제트엔진 분야 1위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인도와 제트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인도에서 지상 무기 공동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FT는 "양국 간 무기 공동 개발에는 제트엔진뿐 아니라 포병 시스템, 장갑차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발 보좌관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양국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함께해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의 마이크론·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록히드마틴, 인도의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아다니디펜스·아르셀로미탈 등 양국 기업들의 고위 임원진이 참여해 민간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