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상실감 등을 겪는 소위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며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정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늘었고, 같은 기간 불안 장애 환자도 3억7400만 명으로 26% 증가했다. 과거 정신 질환은 사회적 시선 탓에 대면 상담이나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한 가운데 멘탈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신 건강 관리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연간 손실은 약 1조달러(약 1270조원)로 추정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멘탈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런 문제의 중요한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멘탈 헬스케어 테크 기업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마이클 어윈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 현 UCLA 정신의학·생물행동과학 교수, 전 미국 심신의학학회 회장 /마이클 어윈

“불면증은 우울증의 강력한 위험 신호다.”

마이클 어윈(Michael R. Irwin) 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 불면증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은 일반 사람보다 다섯 배 더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걱정, 불안 등 심리적 요인은 불면증을 유발한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이런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1년 초 기준 미국 성인의 41.5%가 우울증, 불안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2019년(10.8%)의 약 네 배 수준이다.

UCLA 정신의학·생물행동과학 교수이기도 한 어윈 소장은 “불면증을 치료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CLA는 2020년부터 아이폰, 애플워치 등을 활용한 우울증 발견·치료 관련 연구를 애플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어윈 소장은 2014년 유럽 통합의학회 최고 연구상을 받은 정신신경면역학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불면증에 주목하나.

“불면증은 우울증의 강력한 위험 신호다. 연구 결과, 지속적인 수면 장애 즉 불면증은 우울증 발병률을 높인다. 불면증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은 일반 사람보다 다섯 배 더 높다. 불면증을 치료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 좋은 수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수면 장애 개선은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 증진에 굉장히 중요하다.”

좋은 수면 습관을 만드는 팁이 있다면.

“몇 가지 간단한 행동 요령이 있다. 첫째,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 등 규칙적인 일과를 따른다. 둘째, 음주를 조절하거나 절제한다. 셋째, 카페인 및 흡연을 포함한 기타 각성제 사용을 제한한다. 각성제는 인체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각성시켜 작업 효율을 높이는 의약품이나 해당 성분 그 자체를 뜻한다. 넷째, 운동 등 적당한 신체 활동을 한다. 다섯째, 아침 또는 낮에 충분한 햇볕을 쫴야 한다. 여섯째, 다른 사람들과 좋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불안은 외로움에서 싹튼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팬데믹 이후 우울증 환자가 늘었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는 불안과 두려움, 우울증 등 정신적 충격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일상생활에 전과 다른 제약이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었다. 급격한 상황 변화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다. 이런 스트레스는 외부 활동이 많은 20~30대 젊은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어윈 교수는 불면증과 감염병 관련, 의미 있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불면증이 없는 사람보다 코로나19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면 장애는 인지 장애, 우울증 같은 신경·정신 질환 발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우울증은 근로 현장에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직원 정신 건강 관리(멘탈 헬스케어)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데.

“구글, 시스코 등 기업들이 마음 챙김 명상 등 직원 정신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의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는 게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업무 효율이 높고, 창의 및 혁신도 발생한다.”

구글은 사내 명상 프로그램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 직원들의 감정 조절은 물론 자신감과 대인관계, 업무 능력, 리더십 향상을 끌어내는 직원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다.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도 운영해 직원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은 물론 재무, 법무 고민 등을 상담하고 해결을 돕는다.

정신 건강 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늘고 있다. 효과적이라고 보나.

“그렇다. 마음 챙김 명상 모바일 앱 ‘캄(Calm)’을 예로 들어보자. 이 앱을 사용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고 더 편안한 수면을 할 수 있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모바일 정신 건강 관리 앱은 사용이 간편하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우울증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노인에게 우울증은 인지 저하 및 치매, 나아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 우울증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 우울증을 식별할 수 있는 조기 진단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 약으로만 치료할 수 없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불면증이 있는 노인이 불면증을 치료했을 때 우울증 발병률이 50% 이상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취약한 노년층의 불면증을 치료하고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공중 보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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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멘탈 헬스케어 테크가 뜬다

①'황금알 낳는 거위’ 멘탈 헬스케어

②[Infographic] 정신 질환 팬데믹과 헬스케어 혁신

Part 2. 멘탈 헬스케어 앞장선 기업들

③[Interview]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 스프링헬스 공동 창업자 에이프릴 고

④[Interview]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 김규태 대표

⑤[Interview]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마이클 어윈 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

⑦[Interview]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

⑧[Interview]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