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 네 마리 용의 성적표는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2000년대 이후 성장 둔화를 겪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지난 몇년간 정치적 불안정을 경험한 홍콩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산업 허브로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국토에 자원도 부족한 싱가포르가 꾸준히 발전하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에도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코노미조선이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탄콩휘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부청장 교토대 전기공학 석사, 전 EDB 모빌리티· 교통 엔지니어링 국장, 전 EDB 유럽·일본 국장 /사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새벽 배송 업체 컬리는 2022년 8월 싱가포르 1위 온라인 식료품 쇼핑몰 '레드 마트'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었다. 싱가포르를 도약대로 삼아 기타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에서다. 2021년 창업 11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쿠팡 역시 싱가포르를 첫 진출 국가로 삼고 싱가포르 법인에서 한국과 비슷한 이커머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 밖에도 지난 1~2년간 야놀자의 자회사인 야놀자클라우드,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싱가포르로 진출하고 있다.

12월 2일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사무실에서 만난 탄콩휘(Tan Kong Hwee·陳光輝) EDB 부청장(executive vice president)은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매우 매력적인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DB의 역할은 무엇인가.

"EDB는 싱가포르가 (1963년 영국,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기도 전인) 1961년에 싱가포르의 산업화를 위해 창립됐다. 지금이나 그때나 EDB의 미션은 변함이 없다. 싱가포르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싱가포르 국민에게 더 좋은 비즈니스·직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EDB는 첫째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사업을 제휴하고, 둘째 투자를 촉진하고, 셋째 사업하기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친기업적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일, 예를 들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거나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주롱도시공사(JTC), 싱가포르 기업청(ESG) 등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 유치는 싱가포르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싱가포르가 어떤 점에서 글로벌 기업에 매력적이라고 보는가.

"싱가포르는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동남아시아 거대 기업이 상당히 많다. 이들이 싱가포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인재다. 싱가포르인뿐 아니라 싱가포르는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하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다른 지역들과 뛰어난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면 국제 공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내외면 충분하다. 비즈니스 여행이 잦은 이들에게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연결성 측면에서 또 다른 강점은 물류의 흐름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공뿐 아니라 해양도 매우 편리한 운항 시설을 갖추고 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대단히 심했던 상황에서 전 세계가 심각한 물류 대란을 겪었지만, 싱가포르는 일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항구를 계속 열어두고 있었고, 덕분에 물류 흐름 허브(hub)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또한 싱가포르는 다양한 무역 협정, 데이터 연결망 같은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외부 세계와의)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싱가포르의 신뢰도다. 제약·반도체 웨이퍼 팹(wafer fab) 등에서 최소 50억달러(약 6조5500억원), 항공·우주 분야에선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가 넘는 투자·입찰이 싱가포르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는 현재 매우 많은 혼란(disruption)에 직면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투자에서) 장기적인 확실성을 원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싱가포르는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으며, 이는 신뢰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싱가포르는 친기업적인 환경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 장려 제도가 있나.

"크게 보자면 세금적인 측면과 외국 기업을 위한 보조금(grant incentives)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 부문은 싱가포르 세무청(IRAS) 관할이고) EDB는 기업이 전문 역량을 강화하거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경우, 교육 혹은 R&D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여기엔 일정 조건과 기준이 필요하고 모든 기업이 다 수혜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또한 보조금은 싱가포르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에 있어 고려 대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올 이유는 그 밖에도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지식 집약적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어떤 기업이 싱가포르에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그들이 가진 기술에 대한 보안에 매우 신경을 쓸 것이고, 자신들의 지적재산권(IP)을 지켜줄 수 있는 곳을 고려할 것이다. 뛰어난 인력도 중요하다.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고려하는 기업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계획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인력을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꼽는다. 요컨대 장려금·보조금 외에도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질적 요소들이 존재하며, 싱가포르는 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엔 여러 한국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과 벤처 생태계 육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위해 기관 각각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Enterprise Singapore)가 전반적인 벤처 생태계 조성을 담당하고, EDB는 CV (Corporate Venturing·기업 벤처링)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려는 많은 중견기업이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기존의 조직 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CV를 고려한다. 반면 브랜딩·숙련도·네트워크 분야에서 중견기업을 레버리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벤처기업들도 있다. EDB는 그런 벤처기업들과 대기업 간 파트너십 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으로 벤처 스튜디오 설립을 위해 BCG·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와 제휴를 맺고,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벤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2000만싱가포르달러(약 192억원)를 투입해 'CVL(Corporate Venture Launchpad) 2.0′ 펀드도 조성했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벤처캐피털(VC)이다. 아마 이름을 들어본 거대 VC들을 싱가포르에서 다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EDB는 싱가포르 통화청과 함께 패밀리 오피스(부호들이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 성장에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여기에서 상당히 많은 자금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과 스타트업 투자 분야로 흘러 들어간다."

최근엔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싱가포르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급망 회복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많은 기업이 소싱 이원화(dual sourcing), 혹은 다원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동남아 지역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고, 싱가포르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싱가포르는 특정 기술 분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원 패스(One Pass·Overseas Networks & Expertise Pass)' 신규 취업 비자를 도입했고, 2021년에 '싱가포르 제조 연합(Singapore Manufacturing Alliance)'을 발족했다. 예를 들어 한국 회사가 동남아에서 물류·산업 부지를 찾는다면 이 연합이 싱가포르 인근에서 적절한 지역을 찾아 투자가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을 찾아서 좋고, 싱가포르는 인근 지역에 투자가 이뤄져 산업 생태계가 더 활기를 띠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싱가포르 진출 현황은 어떤가.

"양국 간 기업 교류가 더 증가하고 있음을 느낀다. 스타트업과 게임 등 IT 분야뿐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싱가포르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현대차는 싱가포르 제조센터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보다 더 다양한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고 양국 간 교류가 더 증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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